2011 하계 중국단기어학연수 보고서
토목공학 20061280 정진우
언제나 그러하듯 행복한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버리는 것 같다.
이번 어학연수기간 역시 그러했다. 4주간 중국어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낯선 땅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었기에 더욱 보람차고, 값진 경험이었다.
처음 중국 연길공항에 도착했을 때 연변대학의 이호선생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출구 쪽에서 조선족 말투로 금오공대를 외치시는데, 아담하신 체격에 짧은 머리와 선한 인상이 푸근하게 느껴졌다. 우리 학교 외에 한림대, 대구과학대, 충남대, 고려대, 연세대 등 타 학교 학생들까지 모두 모이자 드디어 연변대학으로 출발했다. 차 창밖으로 비춰진 연길은 90년대 한국 같았다면...적절한 비유일까? 고층건물보다는 낙후된 작은 가게들이 즐비해있고, 도로사이로 험난하게 달리는 택시들, 검은 매연, 그 사이로 보이는 한국어로 쓰인 간판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연변대학에 도착하자, 유학생 기숙사에 방을 배정받았다. 2인 1실이었는데 방안에 화장실부터 침대, 책상, tv까지 갖춰져 있어서 생활하는데 불편은 없었다. 그리고 한 달간 기숙사에서 함께 지내며 도움을 주실 대학원생들 네 명을 소개 받았는데, 모르는 게 있거나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서, 우리들의 전반적인 생활에 큰 도움을 주셨다.
월요일 아침부터 수업이 바로 시작되었다. 초급, 중급, 고급반으로 반 편성을 하고, 각 반마다 선생님 두 분이서 문법, 회화를 나누어 수업하셨다. 다행이도 선생님들 모두 조선족이셔서 수업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훨씬 수월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우리학교 학생들은 모두 중급반에서 수업을 들었는데, 반원들 대부분 결석 없이 수업에 참여하여 선생님들께서 참 예뻐해 주셨다. 매일 8시30분부터 11시 40분까지 수업을 듣고 나면, 애들과 '오늘은 점심 뭘 먹을까?'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했다. 이 곳에 오기 전 만해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학교주변에 한국음식이나 한국인 입맛에 맞는 중국음식들도 꽤 많이 있었다. 초반엔 호기심에 무조건 중국음식 위주로 사먹었는데, 중국음식 특유의 기름진 것과 샹차이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많이 사먹곤 했다. 거기에다 저렴한 물가까지 한 몫 하여, 한 달 내도록 과일에, 군것질에 배 꺼질 날이 없었던 것 같다. ^^
점심시간 이 후에는 연변대학에서 준비한 오후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날이 많았다. 첫 날에 학교 견학 및 환영 만찬을 시작으로 연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배우는 특강시간, 연변대학내 전통문화 동아리 공연 관람 및 체험, 중국 노래 배우기, 물만두 요리체험, 발마사지, 반별 축구시합 등 다양한 활동으로 재미있었고, 소고기면, 샤브샤브, 냉면, 양 꼬치 등 지역 내에 유명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회식자리도 여러 번 가져서 참 좋았다.
오후 일정이 없는 날에는 팀원들과 학교근처로 구경을 많이 다녔다. 연길공원, 서시장, 백화점, 주변 상가, 강변놀이공원 등 여러 곳을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고, 연변 사람들의 사는 모습, 주변 환경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3주차 주말에는 신청자들에 한해서 홈스테이 일정이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우리학교 학생들만 전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연변대학내 기숙사 사감님 댁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마침 사감님 아들이 나랑 동갑내기였다. 지금 한국 내 모 대학에서 석사공부를 하고 있다며, 나를 친자식처럼 너무 잘 대해 주셨다. 어머님께서는 직접 연변식 요리도 해주시고, 다음날에는 일찍 일어나 함께 아침산책도 하고, 수상시장 구경도 시켜주셨다. 팀원들 모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홈스테이를 신청했었는데, 끝나고 돌아와서는 모두들 좋은 경험이었다며 흡족해 했다. ^^
또한 단체견학으로 세계 최대 비구니 사찰인 ‘정각사’, 모아산 등산, 윤동주 생가, 대성중학교, 중-조 변경, 일송정 견학 등 다양한 곳에서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 중 최고는 단연, 백두산이었다. 버스로 이동시간만 네 시간 이상 걸려서 도착한 백두산의 위엄은 대단했다. 저녁 무렵에야 숙소에 도착해서 천치폭포 구경 및 온천욕을 즐기고, 다음날에는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고자 아침 일찍부터 천지로 출발했다. 다행히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천지도 보고, 사진도 맘껏 찍고 내려올 수 있었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백두산 천지를 현장에서 직접 보니, 그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고, 오래토록 잊지 못할 것 같다.
3주차부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나 싶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렸다. 어느덧 마지막 주가 되고, 금요일 오후에는 마지막 일정인 수료식 및 송별만찬이 있었다. 영광스럽게도 수료식 때 전 학생대표로 소감문 발표를 하게 되어, 전날 밤부터 나는 선생님과 함께 소감문 준비 및 연습을 해야만 했다. 나보다 중국어를 훨씬 잘하는 고급반 학생들도 많이 있었는데, 나에게 발표할 기회를 주셔서 더욱 부담이 되었지만, 당일 날 서투른 중국어로 소감문을 발표하고 나니,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출국 날이 되어 짐을 싸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길엔 만감이 교차했다. 한 달간 함께 생활했던 여러 선생님들, 타 대학의 형, 누나, 친구, 동생들, 또 부족한 팀장인 나를 잘 따라줘서 너무 고마웠던 우리 팀원들과 연변에서의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섭섭하기도 하고, 시간이 참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낯선 땅, 중국에서 많은 경험과 추억을 쌓아가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생활하면서 부딪혔던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중국어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