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필리핀
기계공학부 이영훈
유난히 춥던 1월 12일 새벽, 서로 잘 모르던 사이였던 우리들은 버스를 타고 말없이 인천공항으로 향하였다. 피곤함과 설레임, 한편으론 약간에 두려움을 가지고... 아시아나항공 QZ 701 편을 타고 약 3시간30분 걸려 도착한 낯선 땅. 두려움 반 설레임 반 이었지만 같은 동양이라서 그럴까? 마음이 편했다. 따뜻한 날씨가 우릴 반겨 주었다. 소문대로 필리핀은 사설 경비원이 무장한 채로 곳곳에 있었다. (처음엔 총 맞을까봐 무서웠지만, 한 달 동안 살면서 그들이 총을 겨누는 모습은 본적이 없다. 더구나 그들은 대부분 친절하다.) 승합차를 나눠 타고 도착한 숙소. 좀 있다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은 필리핀에서 부유한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빌리지 였다. 덕분에 우리는 한 달 동안 좋은 시설에서 편안하게 연수생활을 할 수 있었다. 친절하고 마음씨 좋으신 집주인 내외분, 우리를 반갑게 맞이 해준 하우스 헬퍼들.(그곳에서는 아떼 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파출부 같은 개념. 그분들 덕택에 한 달 필리핀 생활이 정말 편하였다) 아무튼 필리핀 첫인상 not bad ~!
우리가 한 달 동안 연수를 받은 엔더런 대학은 개교한지 4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호텔경영, 조리 등을 가르치는 특수 목적 대학 이었다. 특이점은 엔더런 대학은 세계최고 호텔대학인 레로쉐 대학 등 몇몇 유명 호텔대학들과 제휴를 하여서 학생 교류 및 학위를 양쪽 다 취득 할 수가 있다. 그래서인지 단기간에 급성장하였고, 필리핀에서 부유한 집의 자녀들이 많이 다니고 있다.(물론 학비도 엄청나다) 우리는 이 학교에서 운영하는 ESL 과정(엔더런에 입학을 희망하지만 영어 실력이 부족할 경우 ESR과정에서 6개월간 영어교육을 받게 된다.)에 소속되어 4주간의 프로그램 교육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어학연수로 필리핀을 선호하지만 또 기피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필리핀 영어 발음에 질이 낮아서 일 것이다. 하지만 엔더런 대학 선생님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였고, 교육을 많이 받으신 분들이라서 발음은 토익 리스닝을 듣는 것처럼 좋았다.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고 문화체험을 한 Metro manila 속의 Pasig city 와 Manila city 는 필리핀에 수도답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쓰고 있었고, 발음을 이해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에는 학교주변과 집주변만 돌아다니던 우리들은 날이 지날수록 점차 활동 범위를 넓히기 시작하였다. 학교에서의 공부도 중요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면서 낯선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해본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학교가 위치한 Ortigas는 옆 동네 Makati 와 더불어 필리핀의 대표 도시답게 수많은 비즈니스 빌딩과 많은 Company의 Head office 가 있었다. 특히 한 달 동안 우리의 큰 樂 중 하나였던 120년 전통의 산미구엘 맥주의 본사가 있었다. EH한 수많은 초대형 쇼핑몰, 마켓 명품백화점, 호텔 등이 있었다. 처음 이곳을 갔을 때에는 과연 여기가 필리핀이 맞는지 의심이 생겼었다. 하지만 쇼핑시설과 유흥 문화는 정말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급작스런 발전 때문 인지 아직 공공시설과 관공서 등은 많이 뒤떨어져 보였다. 우리가 생활했던 지역은 정말 서울 시내 안 부러울 만큼 휘황찬란하였지만 주말에 시외로 관광지를 여행하러 가게 되면 곳곳에 빈민가들도 보이고 정말이지 Ortigas & Makati 와는 반대되는 다른 세상들이 펼쳐졌다. 우리나라도 빈부격차가 심하다지만 필리핀에 비교하면 새발에 피 인 것 같다.
필리핀은 모두들 잘 알듯이 모국어로 두 개의 언어를 쓴다. 영어와 따갈로그 라는 언어를 쓰는데 여기에도 깊은 사연이 있다. 우리가 일본에게 30년간 지배를 받은 아픈 역사를 갖고 있듯이 필리핀은 1500년대부터 400년 가까이 스페인에 지배를 받고, 그 이후 미국에 지배를 받다가 1946년에서야 비로소 완전한 독립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보다도 더욱 아픈 과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따갈로그어는 스페인어에 기초를 둔 언어라고 한다.
둘째 주 주말에 공식 일정으로 스페인 빌리지와 호세리잘 파크를 갔었다. 스페인 빌리지는 필리핀 속 스페인으로써, 스페인 사람들이 이 마을 안에 살면서 몇 백 년 동안 필리핀을 통치하였다고 한다. 거대한 성곽으로 둘러싸인 마을인데 규모가 어느 정도냐 하면 이 성안에 11개의 학교와 9개의 성당, 그리고 각종 시설들과 마을이 있다. 이 거대한 성곽과 마을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을 짓는다고 고초를 겪었을 옛 필리핀 주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호세 리잘 파크는 호세 리잘 이라는 필리핀 위인을 기념하여 만든 필리핀에선 거의 유일한 대형공원이다. 넓이가 1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호세리잘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김구선생님과 비슷한 존재이다. 막연히 스페인에 통치를 받던 필리핀 사람들에게 최초로 독립이라는 의지를 심어준 사람이 호세리잘 선생님 이라고 한다. 결국 그는 스페인군에 총살당하여 돌아 가셨지만, 필리핀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영웅으로 남아 지금 이렇게 그를 기념하는 거대한 공원이 만들어 지게 되고, 사람들에게 자긍심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돈 중 하나인 1페소 동전에는 그의 얼굴이 새겨져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여행 EH는 소풍으로 독립기념관을 가듯이 호세 리잘 파크 EH한 많은 학생들과 관광객들이 버스를 타고 왔었다.
필리핀의 날씨는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고 한다. 우리가 연수를 간 1~2월 달은 건기다. 늦여름 &초가을 날씨로서 필리핀에 지내기 가장 좋을 때라고 한다. 한 달간 비도 잠시 3~4번 정도 내렸던 것 같다. 필리핀은 어딜 가더라도 사설 경비원이 많다. 대부분의 건물이나 상점 입구에는 사설 경비원이 무장한채로 서있다. 처음 필리핀에 갔을 때는 약간의 두려움과 거부감이 생길지 모르겠으나 좀 지내다 보면 그들로 인해 불편한 점은 없다는 것을 느낀다. 아직 치한이 불안해서 사설 경호원이 곳곳에 있다고 하지만 한 달간의 생활 동안 단 한건의 치한 사고도, 총기 사용도 본 적이 없고 들은 적도 없었다.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하지만 나는 또 다른 동방예의지국을 꼽으라면 필리핀을 꼽고 싶다. 그들은 정말 친절에 몸에 베인 것 같다. 특히 외국인을 보더라도 절대 거부감을 갖지 않고 다들 친절하게 잘 대해 주었다. 그들은 말끝마다 ~sir 또는 ~Mom을 붙여 말하는데 이것은 상대방에 대한 존칭과 존경을 나타낸다. 그리고 그들이 말할 때에는 항생 입가에 미소가 있다. 낯선 사람에 대한 친절함은 우리가 꼭 배워야 할 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리핀 음식을 많이 접하진 않았으나, 그들도 도시 사람들에 식단은 점차 서구화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비즈니스 빌딩이 많아서 인지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 되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패스트 푸드나 커피숍 등으로 몰려가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였다. 한국도 프렌차이즈가 발달하였다지만 필리핀은 패스트 푸드 같은 프렌차이즈 숍이 정말로 많이 발달한 것 같다. 그만큼 이용객들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한 동네에 스타벅스, 맥도날드 가튼 것이 한두 개씩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곳은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프렌차이즈 숍 들이 같은 브랜드끼리도 골목마다, 로드마다 있었다. 필리핀 삶들도 우리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쌀을 주식으로 하고 즐겨 먹는다. 전통 필리핀 음식 인지는 모르겠으나 몇 몇 색다른 음식들을 접해보면 대부분이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떠한 향기&맛 인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은 라임 같은 것이라 다. 필리핀 음식을 시키면 대부분에 음식에는 그 소스와 라임 조각 등이 있어서 그 라임 조각을 이용해 즙을 뿌려서 먹는다.
4주간의 짧은 일정 이였지만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함한 것 같다. 솔직한 말로 한 달간의 연수로 영어 실력은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but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연수기간 중 어느 샌 가 우리도 모르게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문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는지, 또 내 생각이 어떤지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에 자신감이 생겼다.
이번 필리핀 연수는 나에겐 평생 잊을 수 없는 행운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나라 중 필리핀의 Metro manila 라는 한 지역이었지만 더 넓은 시야와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또한 여러 소중한 인연들과 추억들을 얻게 되었다. 아직 외국을 나가 보지 못한 여러 교우들 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꼭 외국을 나가서 다른 문화를 접해 보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끝으로 이번 연수에 기회를 제공 해준 KIT 국제교류센터와 발리발데6 11번가 주인님 내외분, 그리고 엔더런 대학 관계자 분들게 감사에 말을 전합니다. Thank you ~